13.10.12



엑스-
-어디에서 왔어요?
-남한이요.
-아 그 위험한 나라요? 잠깐, 북인가 남인가?
-…
북이었던 것 같아. 북한이 나쁘죠?? 그렇죠? 남한은 친절하고, 안 그래요 ?
-…

남한에는 북한 대사관이 없고, 북한에는 남한 대사관이 없다.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은 어쩌다 길에서 마주쳐도 피해야 할 사이이다. 반만년의 역사 동안 같은 뿌리를 지 닌 같은 민족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때문에 헤어진 지 무려 68년이 지났다. 분단된 국가, 그로 인해 흩어진 가족들, 우리는 형제끼리 서로 총을 겨누었고, 아버지와 아들이 등을 돌렸다.

2007년 즈음 파리의 라디오(France info)에서 종종 한국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북의 상황이 아닌 북한에 관한 이야기였다. 북한… 바로 북한의 핵에 관한 이야기였고, 따라서 북한은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간혹 처음 만나는 프랑스인들이 내게 국적을 물어올 때면 물론 나는 한국인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다음 꼭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북한인지 남한인지…. 그들은 한국이 둘로 분리된 나라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면 어쩌냐고, 남한 사람들은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온다. (...?) 문득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아무일 없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결코 북한을 외국으로 다른 나라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프랑스로 유학 오기 전까지 북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한국의 한 일부, 하지만 갈 수는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그곳이 막연 궁금하곤 했다. 프랑스에서 정착한 지 10년이 된 지금, 북한과 남한, 나는 북한과 남한으로 분리된 우리 조국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 떨어져 한 발짝 물러나 나의 국가를 바라보다보니, 한국은 특별하면서도 동시에 아주 보편적일 수 있는 경우였다. 한국의 역사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연인이 외적인 상황에 의해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는 특수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후로 각자 다른 이와 연애를 하고 있지만, 그 누구와도 결합하지 않은 상태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두 개의 한국은 이제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 « 강대국 (중국 Chine, 미국 Etats-Unis , 영국 Grande-Bretagne)이 말했던 때 가 되면, 한국은 독립을 이루고 자유로워 질 것이다 (le moment venu, la Corée devienne libre et indépendante.) » 그 때 는 오지 않을 것인가 ? 혹은 온다면, 그 때는 언제일까?

언제부터인가 남한 사회는 통일에 적극적이지 않다. 분단이 고질적인 운명처럼 되어속수무책으로 무감각해져 버린 지난 세월…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한 맺힌 슬픔이 시퍼런 멍이 된 채, 꺼져가는 숯덩이처럼 우리 역사의 한편에 무심히 놓여 있다. 우리는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어려움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자꾸만 후대로 넘기려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단의 직접적인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은 줄어드는데…. 한국은 이별의 고통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 그렇다면 과거의 부조리함과 부당함을 그냥 잊을 것인가. 각각의 엑스(EX)는 자존심 때문에 서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 남한은 북한을, 그리고 북한은 남한을 배신했다고 여기는 걸까? 어느 쪽의 책임이 크다고 할수 있을까? 그렇다면 상대방을 용서할 수는 없는 걸까?. 과연 배신의 대가는 무엇인가?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고백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방적인 게 아닐까? 

과연 이것이 커플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 남한과 북한, 북한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 미국과 남한, 남한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이것은 국제적이고 아주 복잡한 문제이다. 우리의 자손들은 우리의 형제 자매가 우리의 이웃이, 우리의 민족이 누구인지, 누구였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형제 자매들이 한국은 하나의 나라라고 주장하고 같은 조상을 갖고있다고 외친다면 유산상속을 비롯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혼을 하건, 이혼을 보류하건, 또는 재결합을 하건... 두 개의 한국이 하나로 합치는 건 가능한 일일까? 혹은 차라리 서로 다른 파트너를 찾는 편이 좋을까? 두 개의 한국은 각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가? 강대국들의 위협 속에서/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고립된 국가로 남아있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신혼시기를 그리워 하기는 할까? : 많은 세기의 역사를 함께 했었는데 68년은….

8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프로젝트 Ex" 는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사진, 조각, 텍스트들로 이루어진다). 네 명의 남한 작가와 두명의 프랑스 작가, 한명의 일본작가, 한명의 대만작가가 참여한다. 그들은 헤어진 감정, 풀리지 않는 문제점, 어려운 결합, 그리고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부조리 했던 상황, 갈등 과 대립, 재결합을 바란 감정의 휴식기 등에 대하여 고민하고 작업했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가장 개인적인 일들과 비교하며…. DMZ는 헤어진 두 한국이 그들의 경계를 비무장화하기 위해서 탄생한 지역이다. 따라서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군사적 긴장감이 팽배하게 표면화된 장소이고 또한 가장 보편적인 측면으로인해 이 장소에 무관심할수 없으며 흥미롭다.

아티스트들이 분리/재결합에 대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때로는 개인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때로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홍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저 멀리 나타나는 연한 한 줄기의 빛은 뿌연 물안개로 덥힌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게 해준다. 북한과 남한이 눈을 크게 뜨고 두 개의 눈으로 보는 것을 멈추고, 두 눈을 하나로 모아 함께 고민하며 하나의 아름다운 한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전시를 기획한다.

2012년12월 11일, 파리에서
민홍선